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1,051만4천 명,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면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어요. 그런데 고령화의 영향은 인구 비율표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거주 지역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기 어려운 사람이 다른 지역, 특히 서울의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는 ‘원정진료’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 보도된 지역별 의료 이용 자료는 이 이동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지역 의료 격차와 의료비 지출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1]

서울로 향하는 환자들
2026년 11월 2일 보도에 따르면, 2025년 다른 지역에서 서울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632만 명에 이르렀고 이들이 쓴 진료비는 12조 원을 넘었습니다. 이 수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를 근거로 보도된 내용이에요.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공단이 공개한 원문 표와 세부 산출 기준을 직접 대조하지 못했으므로, 632만 명과 12조 원이라는 수치는 해당 보도에서 제시한 범위로 이해해야 합니다. [2]
숫자만 보면 서울에 환자가 몰린 현상처럼 보이지만, 이동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이 펼쳐질 수 있어요. 가까운 병원에서 기본 진료를 받는 일과, 전문 진료나 정밀검사가 필요해 먼 지역의 병원을 찾아가는 일은 같은 ‘병원 이용’으로 묶이더라도 부담이 다릅니다.
이동 시간과 교통비가 들고, 보호자가 동행해야 할 수도 있죠.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여러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고령층이라면 진료 자체보다 병원까지 오가는 과정이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할 점이 있어요. 서울로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 지역 병원이 모두 부족하다거나, 서울 진료가 불필요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증도, 전문 진료과목의 분포, 상급병원 이용 수요, 의료진 확보 여부처럼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 자료만으로 원정진료의 원인을 하나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의 부담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전남 27.4%, 경북 26.1%, 강원 25.7%, 전북 25.4%로 비수도권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어요. 같은 통계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만성질환 관리와 정기적인 진료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어떤 진료를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지는 지역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1]
고령화와 원정진료가 함께 나타난다고 해서 곧바로 ‘고령화가 원정진료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인구 구성은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역에 어떤 진료과가 있는지, 의료 인력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응급 상황에 대응할 병원이 가까운지, 대중교통이나 환자 이동 지원이 마련돼 있는지도 영향을 줍니다. 같은 고령인구 비율을 가진 지역이라도 의료기관의 기능과 이동 여건에 따라 주민이 느끼는 불편은 달라질 수 있죠.
그래서 병원 수만 세는 방식으로는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건물이 있어도 필요한 진료과가 없거나, 예약을 오래 기다려야 하거나, 검사와 치료를 위해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주민이 체감하는 접근성은 낮을 수 있어요.
반대로 지역 병원과 상급병원이 진료 의뢰와 회송을 잘 연결한다면 이동이 필요한 환자와 지역에서 관리할 환자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단순한 시설 숫자보다 실제 진료 흐름을 봐야 한다는 뜻이에요.
‘관내 이용률’ 숫자를 읽는 법
보도에서는 고령화가 심한 지방의 관내 의료기관 이용률이 60%대에 머물고, 전남의 1인당 연간 건강보험 진료비가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들이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했는지, 관내 이용률을 어떤 진료와 연령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1인당 진료비에 어떤 항목이 포함됐는지는 이번 조사에서 공식 원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를 전국 모든 지방의 상황으로 넓혀 해석하거나, 특정 지역의 의료 수준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2]
이런 통계는 숫자의 크기보다 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해요. ‘관내’가 시·도 단위인지, 더 작은 생활권 단위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외래 진료만 포함했는지 입원과 응급의료도 포함했는지, 환자가 실제 거주하는 곳을 기준으로 했는지 의료기관 소재지를 기준으로 했는지도 살펴봐야 하죠.
같은 60%라는 숫자라도 산출 방식이 다르면 서로 직접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식 통계 메뉴에서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를 제공하고 있어요. 후속으로 지역별·연령별 원자료를 확인할 때는 시도별 이용률, 진료비, 주요 진료과목, 서울 등 타지역 이용 비중을 나눠 보는 편이 좋습니다.
공단 통계 메뉴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이번 글에서 세부 표와 산출식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므로 수치의 의미를 더 넓혀 해석하지 않겠습니다. [3]
생활에서 체감하는 지역 의료 격차
독자 입장에서 궁금한 건 결국 “우리 동네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일 거예요. 이 질문에는 병원 주소만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정기적으로 진료받는 과목이 있는지, 검사와 처치가 한 지역 안에서 이어지는지, 야간이나 응급 상황에 이용할 기관이 있는지, 병원까지 이동할 교통수단이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고령 환자에게는 진료비뿐 아니라 왕복 시간, 동행자의 일정, 이동 중 안전까지 의료 이용의 비용이 되니까요.

정책을 평가할 때도 비슷합니다. 의료기관 숫자나 병상 수가 늘었는지만 보기보다 다음 항목을 함께 확인해야 지역 주민의 실제 부담을 가늠할 수 있어요.
거주지에서 필요한 진료과를 이용할 수 있는지
검사·입원·수술 뒤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는지
응급 상황에서 이동할 수 있는 시간과 교통 여건이 어떤지
지역 의료기관의 인력과 진료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타지역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교통·돌봄 부담이 얼마나 생기는지
이 목록은 특정 정책의 효과를 이미 판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통계를 읽을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질문에 가깝습니다. 원정진료가 반드시 나쁜 선택이라는 뜻도 아니에요. 필요한 전문 치료를 위해 이동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어야 할 진료까지 장거리 이동에 의존한다면, 고령층과 가족에게 부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자료
국가데이터처는 고령인구 비중이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역 의료 문제는 특정 연도의 환자 이동 숫자만으로 끝나지 않고, 인구 변화와 의료 공급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 계속 확인해야 해요.
특히 전남처럼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과 서울처럼 대형 의료기관이 집중된 지역을 비교할 때는, 단순한 환자 수보다 어떤 진료를 위해 이동했는지까지 공개돼야 원인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1]
이번 보도에서 제시된 632만 명과 12조 원은 눈길을 끄는 수치지만, 그 자체가 해답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자료의 표와 산출 기준, 지역별·연령별 세부 수치가 함께 확인돼야 해요.
독자도 지역 의료 정책을 볼 때 ‘병원이 몇 개 생겼나’에서 멈추지 말고, 필요한 진료를 가까운 곳에서 이어갈 수 있는지, 이동 부담이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를 먼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고령화 시대의 의료 접근성은 병원의 위치만이 아니라, 환자가 치료 과정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지로 판단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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